오늘은 손글씨 캘라그래피를 배우는 방법에 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손글씨 캘리그라피의 매력과 펜 종류
손글씨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글씨를 ‘예쁘게’ 쓰는 기술이 아니다. 한 글자, 한 획에 쓰는 사람의 감정과 에너지가 담기고, 그 결과물이 보는 사람에게 감성적인 울림을 준다. 디지털 기기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행위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기계가 만든 글자는 정확하고 균일하지만 차갑다. 반면, 손으로 쓴 글씨에는 사람의 온기가 배어 있고, 그 미묘한 떨림과 굵기 차이가 글씨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많은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업무나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누군가는 일상 속 여유를 찾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자신만의 굿즈를 만들거나 SNS 콘텐츠를 꾸미기 위해 시작한다. 손글씨는 그 자체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창작물이며, 다른 사람과 똑같이 만들 수 없는 나만의 작품이다.
캘리그라피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펜 선택’이다. 어떤 펜을 쓰느냐에 따라 글씨의 분위기와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다. 펜의 종류와 특징을 이해하고 나의 목적과 스타일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캘리그라피에 주로 쓰이는 펜 종류
브러시펜(Brush Pen)
브러시펜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폭넓게 사용하는 도구다. 펜촉이 붓처럼 부드럽게 눌리고 풀리며, 힘의 강약에 따라 선의 굵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하드 타입은 힘 조절이 쉬워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고, 소프트 타입은 선 변화가 크고 유연해 숙련자들이 선호한다.
장점: 선 굵기 변화 폭이 크고 감각적인 글씨 표현 가능
단점: 초보자는 힘 조절이 어려울 수 있음
추천 브랜드: 펜텔, 쿠레타케, 톰보
딥펜(Dip Pen)
펜촉을 잉크에 찍어 쓰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펜촉 종류에 따라 선의 굵기와 질감이 달라지고, 섬세하고 날카로운 표현에 강하다.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선택할 수 있어 창의적인 작업에 적합하다.
장점: 정교한 작업 가능, 잉크 색상 다양
단점: 휴대성이 떨어지고 잉크 관리 필요
붓(Brush)·평붓(Flat Brush)
전통적인 서예 도구인 붓은 힘 있는 필획과 먹 번짐 효과를 낼 수 있다. 평붓은 굵은 글씨나 모던한 디자인에 적합하다.
장점: 예술적인 분위기 연출
단점: 세밀한 글씨에는 부적합
마커·사인펜
굵기가 일정하고 색상이 다양해 간단한 카드 제작, 다이어리 장식, 제목 쓰기에 좋다.
장점: 사용이 간편하고 색감이 풍부
단점: 굵기 변화가 적어 역동적인 선 표현에는 한계
펜을 고르는 팁은 매장에서 직접 시필해보는 것이다. 손에 맞는 무게감, 펜촉의 탄성, 잉크의 흐름을 직접 느껴야 한다. 완전 초보라면 저렴한 브러시펜으로 시작해 손에 익히고, 이후 더 고급 도구로 확장하는 것이 좋다.
종이 선택과 작업 환경 만들기
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종이 선택이다. 캘리그라피는 펜과 종이의 조합이 결과물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같은 펜이라도 종이에 따라 잉크 번짐, 색감, 질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주요 종이 종류와 특징
백상지
표면이 매끄럽고 잉크 번짐이 적어 브러시펜, 마커, 사인펜 사용에 적합하다. 연습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수채화지
두껍고 거친 질감이 있어 물 번짐, 그라데이션 효과를 줄 수 있다. 수채물감과 혼합 작업을 할 때 좋다.
크래프트지
갈색빛 종이로, 흰색·금색 잉크와 만나면 빈티지 감성이 살아난다. 포스터나 카드 제작에 많이 쓰인다.
트레이싱지
반투명한 특성이 있어 레이어 작업이나 포장재, 캘리그라피 오버레이 디자인에 활용된다.
작업 환경 만들기
조명: 자연광이 가장 좋지만, LED 스탠드로도 충분히 가능. 빛이 고르게 퍼져야 눈의 피로가 적다.
책상과 의자: 손목과 어깨가 편안하도록 높이를 맞춘다. 장시간 작업 시 목과 허리 통증 예방에 중요하다.
도구 정리: 펜, 잉크, 종이를 한곳에 깔끔히 정리하면 작업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보조 도구: 연습용 가이드라인 종이, 자, 마스킹테이프, 잉크 트레이 등이 있으면 편리하다.
기본 연습법과 실력 향상 팁 — 디테일 가이드
캘리그라피는 ‘예쁜 폰트 흉내’가 아니라 선·리듬·간격을 몸으로 기억시키는 훈련에 가깝다. 잘 쓰는 사람과의 차이는 재능보다 기초 루틴을 얼마나 성실히 반복했는가에서 갈린다. 아래 루틴을 따라가면, 하루 10~20분만 투자해도 한 달 후에는 글자의 안정감과 속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① 워밍업: 10분 루틴으로 손 풀기
연습의 8할은 워밍업에 달려 있다. 펜을 잡기 전, 2~3분만 투자해도 획의 떨림이 크게 줄어든다.
자세 세팅(1분): 어깨를 내리고 턱을 살짝 당긴다. 종이는 몸 정중앙이 아니라 오른손잡이는 좌측 10~20°, 왼손잡이는 우측으로 살짝 비틀어 놓으면 손목이 덜 꺾인다.
호흡·손목 스트레칭(1분): 손목을 안팎으로 10회씩 돌리고 손등·손바닥 스트레칭을 번갈아 10초씩.
선 연습(3분): 가벼운 힘으로 세로 얇은 선 3줄, 가로 얇은 선 3줄. 선 간격은 눈대중이 아닌 연습용 가이드(점선·격자) 위에서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압력 드릴(3분): 위로 올릴 때 얇게(호흡 내쉬며), 아래로 내릴 때 굵게(호흡 들이마시며). 얇:굵=1:3 비율을 목표로 20회.
원·타원(2분): 시계 방향 타원 2줄, 반시계 2줄. 타원 큰축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자음·모음의 곡선이 안정된다.
포인트: 빠르게 많이 보다 천천히 같게가 중요하다. 속도는 정확도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붙는다.
② 기본 획 드릴: 글자의 뼈대를 단련
브러시펜 기준으로, 다음 8가지 기본 획만 몸에 들어오면 어떤 글자도 조립하듯 완성할 수 있다.
가는 올림획(upstroke): 펜촉을 가볍게 세워 15° 내외로 밀어 올린다. 끝에서 자연스런 ‘머리’가 생기도록 힘을 빼며 마무리.
굵은 내림획(downstroke): 펜촉을 눌러 45° 내외로 내려온다. 중간에 압력이 흔들리면 ‘심장박동선’처럼 울퉁불퉁해지므로 호흡을 길게 유지.
오버턴·언더턴(∩/∪): 얇게 시작해 굵게, 혹은 그 반대로 리듬을 준다. 한글 ‘ㅅ’, ‘ㅈ’의 감각을 잡기 좋다.
복합곡선(∪+∩): 연결부에서 굵기가 튀지 않게, 교차점의 압력은 70%로 낮춘다.
타원(oval): 시작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겹치기. 한글 ‘ㅇ’, ‘ㅎ’, 알파벳 ‘o’의 기준이 된다.
세리프·꼬리 마무리: 획 끝을 지긋이 들어 올리며 끝낸다(꼬리 길이 일정).
수평 연결선: 글자 사이를 잇는 가는 선. 과장하면 지저분해지므로 자간의 1/3 이내.
점·찍기: 점은 단순한 점이 아닌 짧은 쉼표처럼—시작은 가볍게, 끝은 눌러 포인트.
각 드릴은 한 줄에 10개 × 3줄을 권장. 처음 1주일은 기본 획만으로도 충분하다.
③ 한글 조립 로직: 자음·모음의 균형
한글은 자음(기둥) + 모음(날개)의 균형이 핵심이다.
자폭(글자 너비): 같은 글줄에서 자폭이 들쭉날쭉하면 문장 리듬이 무너진다. 기준 자폭을 가이드 박스로 그려두고 그 안에 조립하듯 배치한다.
자간·행간: 시작은 자폭의 0.7
0.9배를 자간, x-높이 1.3
1.5배를 행간으로 잡아 안정감을 만든다.
기울기: 브러시 스타일은 5~10° 우경사가 무난하다. 기울기만 일정해도 ‘고수처럼’ 보인다.
획의 위계: 받침·약한 모음은 얇게, 수직 기둥·메인은 굵게. 같은 글자 안에서도 강약 대비를 의식한다.
연습 팁: ‘가나다라마바사’ 표준 세트를 하루 3줄씩, 7일간 반복. 매일 같은 문장에서만 느는 ‘균형감’을 체득할 수 있다.
④ 단어·문장 훈련: 리듬과 호흡 만들기
문장에 들어가면 ‘글자 잘쓰기’보다 문장 리듬이 우선이다.
강세 배치: 핵심 단어는 크기 110120%, 나머지는 90100%.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른다.
행의 시작·끝 정리: 행 시작은 얇게 가볍게, 끝은 꼬리 올림으로 정리. 문장의 ‘숨표’를 만들어 준다.
속도 메트로놈: 마음이 급하면 획이 흔들린다. “하나—둘—셋” 박자에 맞춰 내림획을 끊어 쓰면 안정적.
추천 과제:
3·5·7자 단어 세트: “사랑/감사/행복”, “오늘도 고마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글자 수가 다른 단어를 섞어 균형 훈련.
감정 레터링: 같은 문장을 부드럽게/경쾌하게/단단하게 3버전으로. 압력과 자간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체감한다.
⑤ 주간·월간 로드맵: 한 달 완성 커리큘럼
1주차(기초): 워밍업 + 기본 획 8종. 하루 15분, 총 5일. 목표는 ‘같은 굵기·같은 길이’.
2주차(글자): 자음·모음 조합, 자폭·자간 고정. 기준 글줄 위에서 2페이지/일.
3주차(단어/문장): 3·5·7자 단어 훈련 + 짧은 문장(10~15자). 강세·크기 대비 적용.
4주차(작품화): 엽서 사이즈(100×148mm)에 1문장씩 완성. 배치 스케치→펜→하이라이트 순.
매주 일요일은 리뷰 데이. 가장 잘 된 페이지와 아쉬운 페이지를 비교하면서, ‘어디서 흔들렸는지’를 메모한다. 개선 포인트를 다음 주 루틴 첫 장 상단에 써 놓으면 실수가 줄어든다.
⑥ 흔한 문제와 교정법
문제: 획이 떨린다
→ 펜 끝이 아닌 팔꿈치·어깨로 큰 움직임을 만든다. 종이를 돌려 직선이 편한 방향으로 써도 된다.
문제: 굵기 대비가 약하다
→ 내림획 직전에 잠시 멈췄다 시작. 눌렀다—유지—풀기 3단 호흡을 의식.
문제: 자간이 들쭉날쭉
→ 연필로 박스 가이드(자폭) 먼저 그려 연습. 글자 간격은 박스 너비의 0.8배로 고정.
문제: 획 끝이 지저분
→ 마무리에서 펜을 종이와 평행하게 당겨 빼낸다. 수직으로 들면 잉크가 ‘딱’ 끊겨 번짐.
문제: 손목 통증
→ 20분마다 스트레칭, 펜을 더 굵은 그립으로 교체. 종이 각도를 조절해 손목 각을 완만하게.
⑦ 구성·배치(레이아웃) 감각 키우기
작품 완성도는 레이아웃에서 결정된다.
중심축: 종이의 세로 중앙에 보이지 않는 선을 세우고, 핵심 단어의 무게를 그 축 근처에 둔다.
여백 설계: 상·좌 여백을 넉넉히(하단보다 10~20% 더). 여백이 메시지를 크게 만든다.
보조 요소: 작은 점·선·별 등 1~2가지만. 장식은 늘 과유불급.
미니 프로젝트: 같은 문장을 중앙정렬/좌하단 포인트/대각선 흐름 3버전으로 제작. 어떤 배치가 메시지에 맞는지 눈이 열린다.
⑧ 색과 재료의 응용
단색 중심 + 1포인트: 본문은 차분한 블랙·딥브라운, 강조 단어만 컬러. 컬러는 명도 대비로 드러낸다.
그라데이션: 워터브러시로 굵은 내림획 1/3 지점부터 물을 살짝 먹여 끌어내리면 자연스런 톤 변화.
용지 매칭: 크래프트지에는 화이트·골드, 순백지에는 쿨그레이·인디블루가 안정적.
⑨ 자기 피드백 시스템
맹연습보다 기록·비교가 훨씬 빠르게 늘게 한다.
체크리스트(5항목): ①기울기 일정 ②자폭 일정 ③굵기 대비 ④획 마무리 ⑤자간·행간
5점 척도로 스스로 채점하고, 3점 이하 항목을 다음 연습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
전·후 사진 기록: 첫 주와 넷째 주 결과물을 나란히 촬영. 변화가 보이면 동기부여가 폭발한다.
레퍼런스 분석: 좋아하는 작가 3인의 작품을 캡처해 ‘획 방향/강약/기울기’를 화살표로 그려보면 금방 눈이 뜨인다.
⑩ 생활 속 실전 적용으로 실력 고정
연습만 하면 지친다. 바로 쓰이며 칭찬받는 곳에 적용하자.
엽서·선물태그: 한 문장 캘리를 프린트 없이 손글씨로. 작은 성공이 손에 감각을 고정한다.
다이어리·플래너 제목: 매주 레터링 스타일을 바꿔 보는 ‘주간 테마’.
미니 전시: 집 벽면에 A5 사이즈 작품 4장을 격자 배열. 한 달에 한 번 교체하며 발전을 체감.
⑪ 도구 관리와 유지 보수
브러시펜: 팁 마모 방지를 위해 거친 종이 사용을 줄이고 사용 후 캡을 바로 닫는다.
딥펜: 사용 직후 미지근한 물로 잉크를 씻고 완전히 말린 후 보관. 잉크 찌꺼기가 남으면 선이 갈라진다.
종이 보관: 완성작은 중성(산성 X) 포트폴리오 파일에 보관하면 변색을 늦출 수 있다.
⑫ 번아웃 방지: 즐거움 유지 전략
30일 챌린지: 하루 한 단어. 5일은 흑백, 2일은 컬러 포인트. 주말에는 ‘이번 주 베스트’로 엽서 1장 완성.
테마 컷업: 계절·음식·영화·명언 등 주제를 바꿔가며 지루함을 줄인다.
커뮤니티: SNS 해시태그(#오늘의캘리, #brushpenpractice 등)로 피드백을 받으면 꾸준함이 쉬워진다.
꾸준히 연습하면서 자신의 글씨에 개성이 묻어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창작 활동이 된다. 글씨를 쓰는 시간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완성된 결과물은 성취감을 준다. 이런 감각이 누적되면, 캘리그라피는 평생 즐길 수 있는 힐링 취미가 된다.